전신 위생복을 입은 재배사들이 무균 상태의 공장 안에서 바쁘게 움직인다. 복장은 흡사 반도체 공장 같다. 하지만 이곳에서 생산하는 것은 첨단기기가 아니다. 채소다.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미래원 식물공장 풍경이다.

미래원 후레쉬팜은 국내 최대 규모의 식물공장이다. 270평(892)의 공장에서 바질, 양상추, 로메인, 겨자, 시금치 등 50종의 채소가 하루에 4000포기씩 재배된다. 식물공장 옆 사무실에서 만난 강대현 미래원 부사장은 “환경오염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영양과 환경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식물공장은 건강한 채소를 먹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부사장

♦햇빛 없이 LED 보고 자란 채소

여기에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수 요소로 꼽히는 햇빛과 흙이 없다. 대신 LED 조명과 배양액이 있다. ‘따뜻한 햇빛을 쬐며 자연 상태에서 자라는 식물이 더 건강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온실 속 화초인 식물공장의 채소들은 힘이 없어 보였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강 부사장은 “식물공장에서 자란 채소들은 일반 하우스 채소에 비해 아삭한 식감이 부족하다”며 말을 꺼냈다. 식물은 외부의 악조건을 견디며 억세진다. 하우스 채소들은 어느 정도의 척박함을 견딘 대가로 아삭한 식감을 갖는다. 하지만 악조건을 통제하는 식물공장 채소들은 그보다 부드러운 식감을 낸다. 강 부사장은 “사람마다 좋아하는 채소의 식감이 다르다”며 취향에 따라 일반 채소를 더 좋아할 수 있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하지만 ‘건강한 채소’라는 점에서 식물공장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자연상태라고 해서 무조건 건강한 상태인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세먼지가 심해지고, 토양 오염도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공기와 토양에서 자란 채소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식물공장에서는 이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식물공장1

채소의 유통기한에서 차이가 난다고 강 부사장은 덧붙였다. 후레쉬팜의 대표 채소인 바질의 경우, 하우스에서 재배한 것은 1~2일 내에 검게 변하는 반면, 식물공장에서 재배한 것은 7일까지 버틴다. 강 부사장은 “그만큼 미생물에 오염이 덜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하우스에서 재배한 후 세척한 채소와 식물공장에서 재배한 채소를 비교했을 때 식물공장 채소가 두 배 이상 깨끗하다”고 덧붙였다.

화학적으로 합성한 배양액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양액이 채소에 스며든다기 보다는 배출했을 때 환경을 오염시키는 문제가 있다”며 “양액 배출 관리에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답했다.

식물공장2

식물공장이 미래 농업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는 생산 효율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래원의 식물공장 규모는 약 270평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곳의 연간 생산량은 1만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의 생산량에 육박한다고 강 부사장은 강조했다.

속성재배와 입체재배 덕분이다. 강 부사장은 “식물공장의 채소들은 일반 채소에 비해 성장이 두 배 이상 빠르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 공간에 층층이 쌓아 재배하기 때문에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스타벅스와 교촌치킨이 인정한 샐러드

현재 미래원의 한해 매출 350억원. 이 가운데 식물공장 채소로 벌어들이는 돈은 약 5% 정도. 2004년 설립된 미래원은 일반 새싹 채소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었다. 원래는 새싹채소를 납품하는 일만 했지만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샐러드 믹스를 만드는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현재 미래원은 롯데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현대백화점 등 유통업체와 삼성웰스토리 같은 급식업체에 샐러드를 납품하고 있다.

식물공장233

미래원이 식물공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7년 전. 2010년 농림축산식품부는 식물공장 사업을 연구과제로 선정해 식물공장을 조성하는 기업에게 지원을 해줬다. 미래원을 비롯한 농업 관련 기업들은 이때 50평 규모의 식물공장을 세웠다.

하지만 소규모 공장으로는 채산성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식물공장들이 폐업한 이유다. 강부사장은 당시의 실패는 재배를 전문으로 하는 농민이 아니라 ‘관(官)’과 식물공장 설비를 납품하는 설비업체들이 주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최소한 규모가 100평은 돼야 상업적인 생산이 가능한데 설비업체들이 설비 팔아먹기 좋은 규모를 고집하다보니 다들 너무 소규모로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식물공장4

모두가 식물공장을 포기하는 상황에서 미래원은 역발상을 택했다. 규모가 문제라면, 규모를 늘리면 된다고 판단했다. 120평짜리 식물공장 1동을 더 지었다. 2013년 현재와 같은 270평 규모가 됐다.

미래원이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2004년부터 6~7년간 샐러드 채소에 관한 전문성을 키웠기 때문이라고 강 부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샐러드 채소는 가격 변동이 심한 품목으로 구성돼 있다”며 “실내에서 예상 가능한 양의 채소를 연중 꾸준히 생산하면 가격 변동에 따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식물공장에서 만든 채소로 구성된 샐러드는 현재 교촌치킨과 스타벅스 등에 납품되고 있다. 강 부사장은 “교촌치킨에서는 기존 제품에 비해 품질 유지기한이 이틀 더 길다며 만족한다”며 “연간 6억원 어치의 샐러드가 교촌치킨으로 간다”고 했다. 스타벅스에는 식품회사 올가니카를 통해 미래원의 제품이 들어간다.

하지만 아직 수익이 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초기 투자비용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강 부사장은 “초기 비용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우스 채소 생산과 비슷한 수준의 이익이 난다”며 “추후 식물공장을 확대할 때는 초기비용을 낮추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물공장도 계약 재배로 할 수 있다.강부사장2

강 부사장은 식물공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면 회사가 3~4년 내 두 배 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식물공장만 확대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계약 재배 농가와 상생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계약 재배 농가에 조그만 식물공장을 만드는 것이다.

강 부사장은 “현재 하우스 재배 채소를 계약 농가에게 맡겨 함께 협력하는 것처럼 식물곤장 분야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미래원의 식물공장 건립 및 운영 노하우를 계약 농가들에게 전수해 전체 식물공장 채소 생산량의 40% 가량을 외부 계약 농가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강 부사장은 “계약 농가는 식물공장을 통해 성장할 수 있고, 회사는 직영에 따른 고정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회사는 직영에 따른 고정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윈윈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원의 식물공장에는 매주 두 팀 가량의 견학생들이 온다. 국내 농기업들이나 관련 학과 대학생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일본과 네덜란드 등 해외 식물공장 선진국에서도 미래원을 찾는다. 강 부사장은 “한국의 식물공장은 ‘산업 규모는 작지만 투자 비용 대비로는 뛰어나고, 종자 개량 능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해외 선진국들과 교류하며 식물공장 채소들의 품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사바로가기 >>  http://blog.naver.com/nong-up/221032599187

 

출처 : 네이버팜 더농부